자신을 돌아보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얼음날개 2012. 8. 29. 20:16

작성일 : 2009-05-23 14:23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떠나버린 사람을 잊기 위해 미친 짓을하다 얻은 병을 치유하기 위한 약을...

가끔 생각한다. 내가 좀더 게으르지 않았다면 좀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많은 것이 바뀌어 있게 되겠지.
그래서 이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시간이 벌써 6년이 흘렀음에도 나는 변한 것 없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이젠 털고 일어날 때도 되었건만 이제는 아프지 않아도 되겠건만 아직도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병원에서는 이제 나을 때도 되었는데 약없이는 못견디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조금씩 약을 줄여서 먹는 양이 적은데도 안먹고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병원이 없는 곳으로 떠날 수 없다. 귀찮아서 다른 병원에 가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 죽을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태어나서 고향을 처음 떠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고향에 대한 애착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나를 붙잡아 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되었을때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그냥 고향에 돌아왔구나 했다.

그렇게 돌아와서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데...

그리고 아프게 되고 이러다가는 영영 이곳을 벗어나지 못 할 것 같아 두려워진다.

그래서 싸우기로 했다. 나를 괴롭히는 병과 지긋지긋하게 나를 붙잡아두게 하는 게으름을
등에 업고 있는 고향에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약을 먹지 않으니 어지럽다. 그리고 속이 울렁거린다.
팔도 떨리는 듯하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 이겨내야한다. 그래야한다.

아직 내 꿈은 먼 곳에 있는데 나를 붙잡아 두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정리를 해야지 하면서도 유약한 나는 아무것도 정리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조금씩 한발씩 내딛는 것은 잘한 일이라 위로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야지. 그렇게.

덧글
실패.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약을 먹었으니 한잠 자면 나아지겠지...
결국 멀리 가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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