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춤을추다

[단편소설]여미녀 이야기

얼음날개 2012. 12. 24. 21:32

작성일 : 2011-06-13 22:17


여미녀 이야기

얼음날개


옛 날 어느 마을에 여씨 성을 가진 여인이 살았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미녀라 불렀다. 수많은 남자들은 그녀를 얻고자 몰려들어 청혼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관심이 없는지 거절을 반복하였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상한 소문마저 돌게 되었다. 여미녀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었다. 일이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여미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지하에 커다란 던전을 만들어라."

그녀의 수하들은 지하에 커다란 던전을 짓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여미녀의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던전이 완성되는 날 그녀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 던전에서 그대들의 용기와 지혜 그리고 운을 시험 할 것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는 자가 나, 여미녀를 얻을 것이며 저의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여 미녀는 큰 부자이기도 했다. 수많은 남자, 레즈비언, 변태들, 그리고 사기꾼에 갖가지 많은 사람들이 던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던전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도전 해야 하는 무서운 곳이었던 것이다. 들어간 사람 중에 살아나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어느 마을에 힘센 남자, 머리 좋은 남자, 운 좋은 남자 셋이 길을 떠났다. 자신들의 운을 시험하기 위해 여미녀의 던전으로 향했다.

한편, 다른 마을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우울한 바보 하나가 살고 있었다. 보통 바보는 활기찬데 반해 그 바보는 매우 우울해 했다. 어느 날 그 바보의 부친은 화를 내며

"그렇게 멍하니 있을 거면 여미녀 던전에 들어가 죽어라!!"

라 고 하며 거칠게 그를 내쫓았다. 우울한 바보는 겁먹은 채 여미녀의 던전으로 향했다. 그렇게 걷다 바보는 여미녀의 던전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바보는 안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구경이나 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세 사람을 포함한 한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와 바보를 떠밀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실은 일부러 힘센 남자가 그를 몰고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우울한 바보를 골려줄 요량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우울한 바보는 다시 나가고자 애를 썼으나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바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무리 맨 뒤로 처졌다. 던전에 들어가니 하나의 표석이 있었는데, 그 표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이곳에서 당신의 힘과 지혜 그리고 운을 시험하겠습니다. 그것을 통과하면 여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표석을 지나치자 하나의 방이 있었다. 방에는 힘의 방이라고 적혀있었다. 사람들은 힘의 방에 들어섰다. 힘의 방에는 한 사람당 하나의 괴물과 싸우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나 선택을 잘못하여 모두 쓰러지고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머리 좋은 남자는 나무로 된 괴물을 선택했다. 운 좋은 남자는 지푸라기로 된 괴물을 선택하고, 힘센 남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가장 세 보이는 다이아몬드 괴물을 선택했다. 머리 좋은 남자는 우울한 바보에게 가장 처리하기 어려워 보이는 연기 괴물을 선택하게 했다. 머리 좋은 남자와 운 좋은 남자는 간단하게 괴물들을 처리 했다. 우울한 바보는 연기괴물을 피해 도망가다가 구석에 숨어 엎드렸다. 연기괴물이 가까이 왔을 때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방귀에 의해 연기괴물은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두 사람은 연기괴물이 가장 쉬운 상대였음을 깨달았다. 한편, 다이아몬드 괴물을 선택한 힘센 남자는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때려도, 부숴도 괴물은 쓰러질 줄 몰랐다. 결국 힘센 남자가 쓰러져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남은 세 사람은 다음 방으로 향했다. 다음 방은 지혜의 방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반대편 출구에 세 사람의 모습과 같은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그곳에서는 자신과 같은 그것들에게 문제를 내 자신은 맞추고 상대가 못 맞추면 통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쉬운 문제일수록 상대방도 쉬운 문제를 내고 어려운 문제일 수록 상대방도 어려운 문제를 낸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자신과 닮은 상대방은 쉬운 문제일 수록 못맞춘다는 것이다. 우울한 바보와 운 좋은 남자는 쉽게 통과를 해냈지만 머리 좋은 남자는 지고 말았다. 자신은 못맞추고 자신과 닮은 상대는 맞추었던 것이다. 갑자기 바닥이 열리더니 비명소리와 함께 머리 좋은 남자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남은 두 사람은 다음 방으로 향했다. 마지막 방은 운의 방이었다. 운의 방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운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고 했다. 운 좋은 남자는 당황했지만 우울한 바보는 그런데 신경 쓰지 않고 방을 구경했다. 방에는 커다란 문 세개가 있는데 셋 중 하나를 통과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지?'

운 좋은 남자는 고민 끝에 가장 오른쪽 문을 선택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명소리가 들렸다. 틀렸던 것이다. 우울한 바보는 겁이나 문을 고르지도 못하고 주변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탁자를 보았는데 그 위에 꽃이 꽂혀있는 것을 보았다. 우울한 바보는 탁자위에 꽃을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놓쳤는데 갑자기 그 꽃이 가운데 문으로 날아가 붙는 것이 아닌가? 우울한 바보는 그 꽃을 떼려고 손을 대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선택하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뇨, 아뇨 선택 안했습니다!!" 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이미 가운데 문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축하합니다. 여미녀의 던전을 통과하셨습니다."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를 안내하였다. 그곳에는 온갖 귀한 것으로 치장한 방에 고고하게 앉아있던 한 여인이 그를 맞았다.

"당신이 제 짝이군요."

여미녀는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얻으려고 던전에 들어간게 아니에요."

우울한 바보는 그렇게 말하며 뒷걸음질 쳤다.

"어떻게 되었건 간에 당신은 던전을 통과했습니다.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한달뒤, 여미녀와 나타난 사람은 더 이상 우울하지도 바보도 아니었다. 폭력적인 아버지 대신 사랑으로 대하는 여인에 의해 새로 태어난 것이다. 여미녀과 그는 결혼하였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끝